'승부'로 읽는 신입 온보딩의 정통 모델

월간HRD플러스

December 12, 2025

배움에서 분화로, 구성원이 자기 방식으로 서는 순간!

조직에 신입을 빠르게 적응시키는 절차로만 여겨지던 온보딩은 사실 훨씬 더 복합적이고 깊은 과정이다. 단순한 지식 전달이나 규범 안내를 넘어, 한 구성원이 조직의 세계를 해석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설 수 있도록 돕는 '정체성의 여정'에 가깝다. 영화 <승부>는 이 여정을 가장 치밀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스승 조훈현의 압도적 권위와 철학 아래에서 배우던 이창호가, 결국 자신의 바둑을 찾아 스승을 넘어서는 과정은 온보딩의 모든 단계를 압축해 보여준다. 이 영화는 묻는다. 조직은 왜 신입을 따라오게 만들려 하는가? 그리고 어떤 신입은 배움의 틀을 넘어 자기 방식을 세우게 되는가? 결국 온보딩의 성패는 지시의 정확성보다, 구성원이 스스로 판단하고 분화할 수 있는 구조를 조직이 얼마나 열어두느냐에 달려 있다. 아래에서는 이 영화의 서사를 온보딩 모델로 재구성하고 현장에서 바로 적용한 가능한 실무 포인트를 함께 생각해보려 한다.

1단계: Pre-Onboarding

왜 이 사람인가, 무엇을 줄 것인가를 정렬하는 단계

모든 온보딩은 채용 이전, 즉 발탁의 순간부터 시작된다. 조훈현은 어린 이창호의 실력 뿐 아니라 자세, 태도, 문제 해석 방식을 보고 내제자로 받아들인다. 그는 단순히 이창호가 천재니까 키워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창호의 실력을 칭찬하고 천재라 말하는 동료들에게 혹여 애 앞에서 그런 소리하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는 단순히 재능 있는 아이를 본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까지 이미 구상한 상태였다.

이 순간은 조직의 채용 단계와 같다. 온보딩의 절반은 이미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데려오는지에서 결정된다. 조직이 기대, 가치, 일하는 방식까지 투명하게 밝히지 않으면 구성원, 특히 경력직 입사자의 경우에 더욱 더 첫날부터 당황과 혼란 속에 떨어진다.

조직이 던져야 할 질문

- 왜 이 사람인가?

- 이 사람에게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

- 조직은 이 인재에게 어떤 미래를 약속할 것인가?

- 채용 메시지와 리더의 기대는 일관되는가?

많은 조직이 이 부분을 채용 브랜딩 정도로만 다루지만, <승부>는 이 질문이 온보딩 전체의 품질을 결정함을 보여준다.

이 단계가 정렬되면 신입 구성원은 조직에 들어오자마자 방향성 있는 몰입을 경험한다.

시사점

- 채용 단계에서 조직의 철학, 기준 일하는 방식까지 정직하게 공유해야 한다.

- 리더의 직접적 개입은 초기 신뢰와 몰입도를 높인다.

- Pre-Onboarding의 명확성은 이후 온보딩의 효율과 성패를 결정한다.

2단계: Orientation & 초기 적응

스승의 철학을 내재화하며 세계관을 정렬하는 단계

스승 조훈현은 자신의 철학을 강하고 선명하게 제시한다. 이창호는 수십 번, 수백 번의 반복 훈련 속에서 스승의 바둑을 그대로 내면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입단 후 철저히 조훈현의 세계관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반복되는 하루하루의 훈련, 구도자 같은 자세, 스승의 스타일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이 시기는 신입 온보딩에서 말하는 Orientation과 초기 적응 시기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신입 구성원은 공식/비공식 규범과 문화, 일의 방식, 조직의 철학을 몸으로 익히는 초기 온보딩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기에 필요한 요소

리더의 철학, 기준, 원칙 전달

조직의 의사결정 논리 내재화

암묵지, 규범, 관행에 대한 스토리, 사례 기반 설명

태도 중심의 피드백

실수에 대한 안전한 공간 조성 및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감 형성

문제는 기업 대부분이 규범의 근거를 정확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대신에,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라는 암묵적 전제를 신입에게 전달하는 점이다. 조직에서도 이 단계는 선배처럼 똑같이 일해야 한다가 아니라, 조직의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어야 한다.

시사점

- Orientation의 본질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철학, 기준, 태도의 언어화이다.

- 암묵적 규범이 많을수록 사례, 스토리 기반의 명문화가 필요하다.

- 왜 이렇게 일하는가가 빠지면 신입은 단순 모방자로 머무를 뿐이다.

신입 구성원은 이 시기에 정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언어를 익히는 것이다.

언어, 세계관, 규칙이 정렬되면 이후의 업무 수행 속도가 달라진다.

3단계: 실무 온보딩

배움은 궁리의 순간에 폭발성을 지닌다.

입단 이후 이창호는 스승 조훈현의 방식, 우리가 정석이라고 부르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지만, 좀처럼 이기지 못하는 상황을 반복해서 맞닥뜨린다. 신입 구성원이 실전 업무에서 마주하는 첫 번째 혼란과 정확히 동일하다. 이것은 온보딩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 지점이다.

모방이 실전에 적용되면서 자신만의 해석 능력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때 등장하는 이창호의 대사가 온보딩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낸다.

그는 스스로를 의심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창호: "배운다고 배워지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선생님 발끝이라도 따라가고 싶은데... 전 아무래도 기재가 없는가 봐요."

이 불안과 혼란은 모든 신입이 겪는 경험이다. 그때 옥상에서 자장면을 같이 먹던 남기철 사범은 이렇게 말한다. 남기철 사범은 스승 조훈현에게 수없이 패배를 경험한 사람이다.

남기철 사범: "배우려고 하지 말고, 이길 궁리를 해봐, 그럼 자연스럽게 배워질 거다."

이 말은 실무 온보딩의 핵심을 관통한다. 이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다. 학습자에서 문제 해결자로 옮겨가라는 선언이다 정답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해석하고 전략을 세우는 역량을 스스로 키우라는 뜻이다.

배움에서 문제헤결로 이동할 떄, 온보딩은 진짜 기능으로 작동한다.

즉, 모방 →

해석 →

적용 →

성과 →

자기 해석 →

이 흐름을 만들어가야 한다. 조직에서도 실무 온보딩에 필요한 것은 단순 업무 메뉴얼 학습이 아니라, 문제가 왜 중요하고, 어떻게 연결해야 의미가 있는지 설명하는 피드백이다.

시사점

- 실무 온보딩은 지식 축적이 아니라 판단력을 형성하는 단계다.

- 멘토는 정답 제공자가 아니라 궁리를 촉진하는 코치여야 한다.

- 초기 실패는 필수이며, 이 실패를 어떻게 다루고 극복하느냐가 신입의 성장 속도를 좌우한다.

4단계: 갈등과 분화

분화는 온보딩의 핵심 과정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창호는 스승의 방식과 자신의 방식 사이에서 깊은 이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남기철 사범의 조언을 듣고 이렇게 다짐한다.

이창호: "할아버지, 선생님 바둑은 화려하고 강하지만 저하고는 맞지 않아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나만의 바둑을 찾을 거에요"

이 대사는 신입 온보딩의 본질이 적응만이 아니라 분화임을 선언하는 순간이다.

시간이 흐르며 이창호는 눈에 띄게 달라진다. 그는 더 이상 스승의 방식만으로 대국하지 않는다. 자신의 판단과 직관을 신뢰하기 시작한다. 신입이 조직, 리더의 방식에서 점차 독자적인 방식으로 이동하는 전환기다. 많은 리더와 조직이 이 시기의 갈등을 불편해하지만 사실 이 분화는 성장의 증거다.

온보딩은 복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온보딩은 자기 방식의 탄생을 돕기 위한 과정이다.

신입이 기존의 방식과 자신의 판단 사이에서 갈등할 때, 그것은 오히려 한 구성원으로 몫을 다하기 위한 독립의 준비 신호이다.

그러나 많은 리더는 이 시점에서 갈등을 억누르려 한다. 그 순간 성장은 멈추고 복제가 시작된다.

좋은 온보딩은 갈등을 억누르지 않고,

리더와 신입의 관계가 통제 → 대화 → 협업으로 이동하도록 설계한다.

시사점

- 분화는 충돌이 아니라 정체성, 자율성 형성의 자연스러운 단계다.

- 통제가 아니라 대화, 재정렬, 역멘토링이 필요한 시기다.

- 왜 나처럼 하지 않지? 보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가 핵심 질문이다.

5단계: 독립과 전환

스승이 기준을 내려놓고, 신입이 자기 방식으로 서는 단계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스승과 제자의 대국이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승부의 결과가 아니라 관계 전환이다.

공식 대국 결승전에서 이창호는 마침내 스승을 이기며 독립된 주체로서 완전히 자리 잡는다. 권위의 전복이 아니라, 신입 구성원이 온전한 독립적인 주체로 일어서는 장면이다.

이창호가 스승을 넘어서자, 조훈현은 깊은 인정의 말은 건넨다.

조훈현: "생각해보니 데리고 있으면서 제대로 된 칭찬 한 번 못해줬구나. 선생으로서 항상 네가 자랑스러웠다. 넌 늘 내 자부심이었어"

이 말은 온보딩의 마지막 목적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온보딩의 마지막 단계가 인정과 독립임을 상징한다.

스승은 자신만의 기준을 내려놓고 제자는 자신만의 길을 비로소 걸을 수 있게 된다.

신입이 독립적인 주체의 단계로 도달하는 순간, 그 사람은 더 이상 신입(newcomer)이 아니라 조직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를 형성한 새로운 중심(new core)이 된다. 이때 조직도, 리더도, 구성원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시사점

온보딩의 완성은 단순 적응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영향력 확보다.

리더는 초기에는 기준을 주지만, 마무리에서는 그 기준을 놓아야 한다.

공식적 인정과 권한 위임은 온보딩을 넘어 팔로워십과 리더십 탄생의 핵심이다.

온도딩의 5단계 모델을 다시 정리해본다.

1) 발탁(Pre-Onboarding) : 기대, 목적, 가능성의 정렬

2) 초기적응(Orientation) : 세계관 내재화, 규칙 철학의 체화

3) 실무 온보딩: 모방 → 해석 → 적용 → 성과 → 자기 해석

4) 갈등과 분화: 정체성 출동을 통한 자기 방식의 등장

5) 독립과 전환: 리더의 기준 해제, 독립적인 주체로서의 탄생

온보딩의 본질은 구성원을 조직의 틀에 단순히 동화시키는 데 있지 않다. 진짜 온보딩은 신입이 스스로의 방식과 관점을 찾아 분화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이 여정에서 갈등은 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성장의 신호이자 전환의 계기다. 구성원이 기존 방식과 자신의 판단 사이에서 마찰과 갈등을 느낀다면, 이는 오히려 의미 있는 분기점에 도달했다는 증거이며, 조직은 이 긴장을 억누르기보다는 성찰과 대화의 구조로 연결해야 한다. 리더의 역할 역시 온보딩 초기와 후기에 달라진다. 초반에는 기준과 철학을 제시하며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구성원이 충분히 성장한 이후에는 그 기준을 내려놓고 새로운 방식의 등장을 허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온보딩이 끝난 이후에는 관계, 역할, 권한이 자연스럽게 재정렬되고 이는 단순한 재온보딩이 아닌 리더십 구조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결국 온보딩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조직은 구성원을 복제하는 데 집중하지 않고, 새로운 리더의 탄생을 조직 시스템 안에 자연스럽게 통합하는 데 집중한다.

<승부>가 보여주는 서사는 온보딩의 핵심 구조를 그대로 담고 있다. 배움과 학습 → 실전 → 갈등 → 분화 → 독립의 흐름은 한 구성원이 조직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여하는 전 과정을 정밀하게 비춘다. 리더의 임무는 자신을 닮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관점과 방식이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온보딩의 종착점은 충성도도, 단순 적응도 아니다. 각 구성원이 자기 방식으로 설 수 있는 능력과 용기다. 그 순간 조직은 새로운 전략적 자산을 얻게 되고 구성원은 자신의 여정을 주체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갖게 된다.

- 온보딩의 목적은 조직 복제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 온보딩의 성공은 자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 갈등은 실패가 아니라 정체성의 분화 신호이다.

- 리더는 기준을 주는 사람에서 기준을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으로 전환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신입 온보딩의 완성은 충성이 아니라 주체적 기여를 할 수 있는 독립된 구성원으로의 가능성이다.

잘 설계된 온보딩은 사람을 조직에 맞추는 과정이 아니라, 조직과 구성원이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만드는 미래 리더십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승부는 신입 온보딩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디서 갈등하며, 무엇으로 최종 완성되는지를 가장 정교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 월간HRD플러스 이동관 주재기자 글입니다.